[오주석의 더블유 모먼츠]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 남는다
[W Moments] The Farmer's Measure : 숫자가 지워진 자리에 남는 진심
이번 달 오주석의 더블유모먼츠는 유럽이 아니라 남반구를 향한다.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는 미래의 부르고뉴라 불리는 곳이다. 유명하고 잠재력 있는 와인 생산자들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곳이다. 2023년 가을 방문한 알렉산드라의 와이너리 이야기에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01. 굿하트의 법칙: 측정이 목표가 될 때 사라지는 것들
"측정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측정치가 아니다
(When a measure becomes a target, it ceases to be a good measure)"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가 남긴 이 문장은 현대 브랜드들이 처한 비극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매출, 점수, 팔로워라는 숫자의 이정표를 세우고 달리지만, 그 숫자에 집착할수록 정작 그 숫자를 만들어낸 ‘사람의 마음’을 놓치곤 합니다. 진정한 가치는 때로 가장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일들 속에 숨어 있습니다.
02. 세계 최남단, 알렉산드라의 붉은 흙
뉴질랜드 남섬 끝자락,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는 부르고뉴를 꿈꾸는 도전자들의 성지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알렉산드라(Alexandra)는 낮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태양이 포도를 익히고, 밤에는 급격한 냉기가 산도를 보존하는 극적인 땅입니다.
이곳 외곽의 ‘그레이 릿지 바인야드(Grey Ridge Vineyard)’에는 스스로를 주인(Owner)이기 이전에 농부(Peasant)라 부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30년간 글로벌 석유회사의 경제학자로 전 세계를 누볐던 폴(Paul)과 수(Sue) 부부입니다.
03. 피노 누아 하나로 빚어낸 네 개의 세계
그들은 4헥타르의 작은 포도밭에서 오직 피노 누아 하나에만 집중합니다. 숫자로만 따지자면 지독하게 비효율적인 이 부티크 와이너리는, 피노 누아라는 단일 품종으로 화이트(Blanc de Noir), 로제, 클래식 레드, 그리고 리저브라는 네 가지 변주곡을 만들어냅니다.
수(Sue)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껍질로 직접 잼을 만듭니다. 버려지는 것 없이, 자신들이 가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철학은 ‘양보다 질(Quality rather than quantity)’이라는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들에게 효율은 목표가 아니라, 진심을 전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04. 진심은 기억이 되어 돌아온다
그레이 릿지의 브랜드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 감정적 결속: 농부의 손을 거친 와인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생산자의 서사가 담긴 매개체가 되어 독자와 깊은 유대를 형성합니다.
- 지속 가능한 동력: 매출 목표에 함몰되지 않는 진심은 역설적으로 고객의 기억 속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기술의 시대, 아무리 빠른 도구가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줄지라도 그 고삐를 쥔 인간의 ‘진심’이 없다면 그 질주는 공허할 뿐입니다. 폴과 수가 보여준 농부의 마음은, 기술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 Editor’s Note
"그레이 릿지의 와인 한 잔에는 던스탄 산맥의 능선과 농부의 거친 손등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무엇을 측정하고 있습니까?
숫자를 지우고 나면, 비로소 당신의 진심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자세한 칼럼의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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