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바 고든스에서 발견한 가장 강한 기술, 사람
Human Tech : 가장 강한 기술은 사람이다
💌 Editor's Letter
여러분, 런던의 좁은 골목 워터게이트 워크(Watergate Walk)를 걷다 보면 시간을 되돌리는 계단을 만나게 됩니다. 1890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고든스 와인 바(Gordon's Wine Bar)'로 내려가는 길이죠.
이번 런던 익스피리언스 위크 2026(LXW 2026) 기간 중 제가 이 어두운 지하 셀러를 찾은 이유는 단순히 와인 한 잔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의 벽에 걸린 낡은 액자 속에서, 제가 서울 광장의 응원봉과 선결제 커피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인간 기술(Human Tech)'의 원형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시스템이 멈췄을 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진짜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포트 와인 한 잔의 깊이와 서울 밤거리의 온기가 만나는 지점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Gordon's Wine Bar]: 135년의 시간이 증명한 '저항의 언어'
계단을 내려가면 공기부터 달라진다. 수백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석조 천장 아래, 촛불 하나가 빈 와인 병 위에서 일렁인다. 이곳엔 누군가 인위적으로 설계한 '인테리어'가 없다. 그저 135년이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침전되어 만들어진 흔적들뿐이다.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벽에 걸린 낡은 액자였다. 1990년, 임대료 333% 인상과 건물 철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고든스는 처칠의 연설을 패러디한 저항 문서를 만들었다. "이 싸움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며 오디언스들에게 연대를 요청했고, 그들은 승리했다. 그들이 기념하는 'V.G. Day(Victory at Gordon's Day)'는 단순한 파티가 아니다. 브랜드가 오디언스와 어떤 '관계(Relationship)'를 맺고, 어떤 공통의 언어로 '정렬(Alignment)'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다.
[London Style]: 포도밭 없이 '기준'을 설계하는 도시의 축적
런던은 포도를 재배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백 년간 세계 와인의 기준을 설계해 왔다. 1363년의 빈트너스 컴퍼니부터 WSET, 마스터 오브 와인(MW) 제도에 이르기까지, 런던은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읽는 곳'으로서 권위를 쌓았다.
고든스 와인 바가 그러하듯, 런던은 시간을 억지로 설계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스스로 쌓이도록 두는 법을 안다. 이 도시가 구축한 무수한 기준(Standard)들은 결국 시스템이 아니라, 와인을 사랑하고 연구하며 기록해 온 '사람'들의 정성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Human Tech]: 응원봉과 선결제 커피가 쓴 '살아있음'의 문법
LXW 2026의 무대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2024년 12월 3일을 이야기했다. 계엄령이라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의 오류 앞에서 시민들이 꺼내든 무기는 '응원'이었다. K팝 팬덤의 응원봉이 정치적 메시지가 되고, 유머러스한 밈(Meme) 깃발이 공포를 희석했으며, 얼굴 모르는 이를 위한 선결제 커피가 광장의 아키텍처가 되었다.
이것은 누군가 미리 설계해준 경험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람들이 위기 앞에서 본능적으로 만들어낸 '인간 기술(Human Technology)'이다. 고든스 와인 바의 셀러에 걸린 저항의 문서와 서울 광장의 응원봉은 같은 문법으로 쓰여 있다. 바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돌본다"는 생존의 언어다.

[BARAM View]: 관계의 모멘텀을 만드는 궁극의 힘
경험 경제의 창시자 조 파인(Joe Pine)은 나의 발표를 듣고 "인간적인 측면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습 설계자 베스 살리어스(Beth Salyers)는 "사람은 실제로 살아있기에, 사람 없이는 살아있는 경험을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브랜드가 만들어내야 할 모멘텀은 시스템의 정교함이 아니라 사람의 '살아있음'에서 기인한다.
Momentum =
f(Brand, Audience, Relationship) *Alignment
BARAM Framework
브랜드(고든스/대한민국)의 의도와 오디언스의 자발적인 해석이 완벽하게 정렬될 때, 관계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연대와 수호로 진화한다. 런던 선착장에서 하역되던 포트 와인이 투박한 락 글라스에 담겨 135년을 버텨온 것처럼, 가장 강한 기술은 언제나 사람 그 자체였다.
💡 BARAM Insight
"모든 브랜드 경험은 인간의 심장으로 귀결된다 (Every Experience Ends in the Human Heart)"
AI와 시스템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시대에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향해 빛을 밝히고 커피를 건네는 '인간의 온기'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오디언스에게 시스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서로의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연대의 도구를 제공하고 있습니까?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 것입니다.
🖋️ Epilogue
지하 셀러의 촛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포트 와인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은 혀끝에 오래 남았습니다. 워터게이트 워크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며 확신했습니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속에서도 서울의 응원봉 이야기가 40개국 청중의 가슴에 닿은 것은 우리가 모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달라도 경험의 언어는 통합니다. 바람(BARAM)은 앞으로도 그 뜨거운 사람의 기술을 기록하고 연결하겠습니다.
오주석의 더블유 모먼츠(W Moments)는 와인으로 만나는 브랜드 혁신을 담습니다.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브랜드 인사이트,
다음에도 변함없이 찾아오겠습니다.
매월 발행-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 | The BARAM Fram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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