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더블유 모먼츠_나의 이름으로 불러줘, 타우라지(Taurasi)
나의 이름으로 불러줘, 타우라지
동양의 파리, 동양의 베니스, 비타민계의 에르메스
이런 표현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분명 마케팅 효과는 있을 것이다. 모르는 도시와 새로운 제품을 설명할 때 이미 알려진 명소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장기적인 브랜딩 관점에서는 어떨까?
영원히 '복사본'의 위치에 머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와인 산업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이탈리아 남부의 프리미엄 와인 타우라지(Taurasi)가 '남부의 바롤로'로 불리는 것이 바로 그 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만난 특별한 와인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2025 그란디 마르키' 시음회에서 한 와이너리가 특별히 눈에 띄었다. 마스트로베라르디노(Mastroberardino). 이 와인을 만드는 이가 단순한 와인메이커가 아니라 경영학자이자 문학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10대 계승자 피에로 마스트로베라르디노가 이탈리아 최고 산업 훈장 '카발리에레 델 라보로'를 수훈했다는 것이다. 부친에 이어 부자가 모두 이 영예로운 훈장을 받은 이탈리아 와인 가문이 되었다.
"남부의 바롤로"라는 딜레마
타우라지는 종종 '남부의 바롤로'로 불린다. 마케팅 전략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경험 관점에서 보면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이론을 빌려오면, 이런 비교 명명은 문화적 위계를 재생산하는 구조다. 바롤로를 참조점으로 설정하는 순간, 타우라지는 영원히 '2등'의 위치에 머물게 된다.
남부 이탈리아 와인 관계자들은 오히려 "바롤로가 북쪽의 타우라지라고 불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관점에서 타우라지는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원조이고, 바롤로는 상대적 후발주자다.
학자이자 실천가, 깊이 있는 브랜드 철학
피에로 마스트로베라르디노를 들여다보면 타우라지가 왜 독립적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된다. 포지아 대학교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소설과 시집을 집필했다.
이런 학문적 배경은 그의 와인 철학에 깊이를 더한다. 와인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적 텍스트로 접근하는 시각. 1996년 대표직을 맡은 이후 그가 이룬 성과들을 보면, 전통과 혁신의 조화가 얼마나 강력한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지 알 수 있다.
260헥타르까지 포도밭을 확장하고, 연간 200만 병 이상을 생산하며 50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규모의 확장이 정체성의 희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테루아가 들려주는 고유한 이야기
타우라지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갖는 이유는 고유한 테루아에 있다. 베수비오 화산의 영향으로 형성된 화산토양, 해발 400-700미터 고지대의 일교차, 늦은 수확을 특징으로 하는 알리아니코 품종.
라디치 타우라지 리제르바 DOCG 2017을 테이스팅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블랙 체리와 블랙 플럼의 깊은 향, 트러플과 오리엔탈 스파이스의 복합적 아로마, 우아한 타닌과 뛰어난 산도. 12-20년간 숙성 잠재력을 보여주는 구조적 완성도.
이는 바롤로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에티카 와인즈와 함께하는 새로운 여정
한국에서 마스트로베라르디노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에티카 와인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십 덕분이다. 40여개 프리미엄 이탈리아 브랜드의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포도원과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타우라지가 한국에서 보여줄 브랜드 경험은 분명 특별할 것이다. '남부의 바롤로'라는 수식어 없이도, 그 자체로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오주석의 더블유 모먼츠_나의 이름을 불러줘 타우라지
결론: 브랜드의 진정한 힘
모든 브랜드는 이야기로 고객과 만난다. 그 시작은 모두 미약하다. 그래서 더 빠른 길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느리면 부드럽다. 부드러우면 빨라진다.
브랜드의 힘은 타자와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과 깊이 있는 스토리에서 나온다. 마스트로베라르디노와 타우라지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런 진정성이다.
이제 타우라지를 이름 그대로 불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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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으로 불러줘, 타우라지 - 소믈리에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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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발행 · BARAM Framework · 네오 폴리매스 라이프 · AI 시대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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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도 와인에서 배우는 혁신 이야기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전통이 가장 혁신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브랜드 경험은 비교가 아닌 고유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계속 탐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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