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브랜딩과 브랜드 경험
🌬️ 바람 BARAM | Vol.2025.12.15
브랜드 경험, 새로운 바람이 분다.
AI 시대, Authentic Experience로 완성하는 도시 브랜딩
도시는 브랜드의 고향
안녕하세요, 오주석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저는 여러 도시를 만났습니다. 2024년에는 삿포로를 두 번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비엔나를 세 번째로, 강릉, 서천, 여수 그리고 지금 쿠알라룸푸르에서 이 글을 씁니다. 같은 도시를 다른 계절에, 같은 도시를 30년에 걸쳐. 그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도시는 브랜드 경험의 원형이라는 것을.
최근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습니다. AI가 구글 리뷰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경험을 4가지 차원으로 읽어냈다는 것입니다. 박물관에서는 머리가 채워지고, 초콜릿 가게에서는 오감이 깨어난다는 사실을 머신러닝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 AI가 읽어낸 도시 경험
구글 리뷰가 말하는 진짜 경험
Calderón-Fajardo et al. (2024)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구글 리뷰 수만 건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의 목소리였다. 결과는 명확했다. 사람들은 4가지 차원에서 도시를 경험한다.
Sensory (감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Affective (감성): 감정, 느낌, 분위기
Intellectual (지적): 학습, 이해, 지적 자극
Behavioural (행동): 참여, 활동, 실천
같은 토리노지만 장소마다 경험 차원이 달랐다. 이집트 박물관은 지적 경험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감각 경험은 낮았다. 반대로 잔두야 초콜릿 가게는 감각 경험이 폭발했지만 지적 경험은 미미했다.
박물관은 머리를 채우고, 초콜릿은 오감을 채운다.
더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강렬하고 다양한 감정적 경험을 표현했다. 서양인은 동양인보다 '토리노의 수의'(예수의 수의로 알려진 종교 유물)에 높은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토리노의 수의'에 대한 긍정 감정이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대상에서 위안을 찾았다.
단순 별점을 넘어선 통찰
전통적 방법은 별 5개짜리 리뷰를 세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좋았는지, "무엇이" 특별했는지 알 수 없다.
머신러닝은 수만 건의 리뷰에서 패턴을 찾는다. "beautiful", "touching", "learned", "experienced" 같은 단어의 빈도와 맥락을 분석한다. 그리고 4가지 경험 차원 중 어디에 집중되는지 파악한다.
이것은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어제 올라온 리뷰도 오늘 분석할 수 있다. 도시는 이제 자신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데이터로 볼 수 있다.
🗺️ 2025년, 내가 만난 도시들
삿포로: 계절이 바꾸는 도시
2024년 5월과 10월, 두 번 방문했다. 같은 도시가 아니었다. 5월의 삿포로는 늦은 봄이었다. 벚꽃이 지고 신록이 돋았다. 10월의 삿포로는 가을이었다. 단풍이 물들고 첫눈이 내렸다.
DBE 4차원으로 보면 삿포로는 Sensory + Behavioural 경험이 강한 도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시각적 아름다움, 온천에서 느끼는 촉각적 안온함, 라멘과 스시의 미각적 깊이. 그리고 스키, 온천, 맥주 투어 같은 적극적 참여가 있다.
반복 방문은 표면에서 깊이로 가는 과정이다. 첫 방문에서는 명소를 찍는다. 두 번째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관계는 시간이 만든다.
파리-샹파뉴-본-리옹: 테루아르, 도시의 DNA
2025년 프랑스 와인 지역을 여행했다. 랭스의 샴페인 하우스에서 300년 된 석회암 지하 저장고를 걸었다. 본에서는 10미터 차이로 와인 맛이 바뀌는 걸 경험했다. 부르고뉴의 테루아르였다.
와인은 토양, 기후, 지형이 만드는 고유성으로 도시를 담는다. 브랜드의 DNA다.
이 지역은 Sensory + Intellectual 경험의 조합이다. 와인의 향과 맛이라는 감각적 경험, 그리고 테루아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지적 경험.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비엔나-부다페스트: 30년, 3번의 방문
비엔나는 1995년 배낭 여행차 처음 방문했다. 2015년 베를린을 향한 여정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2025년 EKC에서 BARAM Framework를 발표하며 세 번째 비엔나를 만났다. 비록 아쉬운 순간이 있지만 여전히 비엔나는 아름다웠다.
30년 만에 방문한 부다페스트는 더 화려해졌다. 야경을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비엔나는 Affective + Intellectual이 강한 도시다. 모차르트와 프로이트의 도시.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과 사유를 요구하는 정신분석까지 이 도시는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정체성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진짜 브랜드다.
쿠알라룸푸르: 이방인의 시선
2025년 12월, 워케이션으로 이곳에 있다. 낯선 도시다. 말레이어도 모르고 거리 이름도 헷갈린다.
하지만 낯섦은 배움이다. 이방인의 시선은 현지인이 놓치는 걸 본다. "Malaysia Truly Asia" 캠페인이 단순 관광 슬로건이 아니라 다문화 정체성의 선언이라는 것. 2026년을 준비하며 AI 허브로 전환하려는 야심을 가진 나라라는 것.
Behavioural + Affective 경험이다. 직접 움직이고 느낀다. 파빌리온에서 명품으로 가득한 쇼핑 공간을 돌아보고, 부킷 빈탕에서 현지 거리 음식을 먹고, 바투 동굴을 오르고, 말레이 전통 시장을 걷는다.
🎯 BARAM으로 본 도시 브랜딩
🎨 Brand: 정체성은 변화한다
비엔나는 30년간 변했지만 본질은 유지했다.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맥락에 따라 진화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변해도 지켜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비엔나에게는 문화와 지적 전통이었다. 삿포로에게는 자연과 계절의 변화였다.
당신의 브랜드에서 변해도 되는 것과 절대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