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 새로운 낭만의 시대, 브랜드와 비즈니스가 향해야 할 방향
Vol: July 2026 · Section: Brand · Editor: 오주석 발행
Editor's Letter
7월 28일, AI Collective Seoul 모임의 주제는 'AI가 우리를 추천하기 전에, 고객은 무엇을 묻는가'였다. 하루가 지나고 나의 생각은 "AI 시대가 새로운 낭만의 시대를 부르는 시작 아닐까?"로 이어졌다. 그 질문이 이 에세이의 출발점입니다.
BARAM Framework로 브랜드 경험을 읽을 때, 우리는 항상 다섯 가지 요소를 살핍니다 — Brand, Audience, Relationship, Alignment, Momentum. 이 에세이는 그 중에서도 특히 Brand와 Alignment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AI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브랜드의 정체성(Brand)을 알고리즘의 요구(Alignment)와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AI가 이해하고 인용할 수 있는 문법으로 글을 쓰고, 창조적 작업조차 AI가 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지금 — 이것은 정보혁명의 과실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닌가. 18세기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낭만주의가 탄생했듯이, 알고리즘의 규격화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이 에세이는 그 역사적 평행성에서 출발하여, 개인·조직·비즈니스·브랜드가 이 시대에 취해야 할 전략적 지향점을 탐구합니다. 핵심은 하나다 — 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이중 적응의 전략.
당신의 수많은 처음을 응원합니다.
— 오주석
1. 역사는 반복된다 — 단, 더 복잡하게
18세기 말, 유럽은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흐름 앞에 서 있었다. 이성이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약속, 그리고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산업혁명의 물결. 이 두 흐름이 만들어낸 세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낭만주의가 탄생했다. Britannica는 낭만주의를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서구 문명의 문학·회화·음악·건축·비평·역사편찬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지적 태도"로 정의하며, 합리성과 보편성에 대한 "거부"로서 출발했음을 밝히고 있다. 낭만주의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을 정말 이성과 계산으로 환원할 수 있는가? 감성, 상상력, 체험, 고독 — 그런 것들은 이성의 틀 밖에 놓인 부질없는 잔여물인가, 아니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본질인가.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동형(同型)의 구조 앞에 서 있다. 정보혁명과 플랫폼 시대가 가져온 개방과 편리함의 과실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그 시스템이 인간의 사고와 표현을 알고리즘의 문법에 종속시키는 역설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AI가 이해하고 인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하고, 창조적 작업조차 AI가 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시대. 한때 "개방"과 "정보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플랫폼 생태계가,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지적 기반시설을 통해 인간의 창작을 역으로 규격화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은 정보혁명의 과실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가 아닌가. 그리고 그 반대급부의 정서적·전략적 응답이, 역사가 보여주는 패턴대로라면, 하나의 "새로운 낭만"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이 에세이는 그 물음에서 출발하여, 개인과 조직, 비즈니스와 브랜드가 이 시대에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2. AI 시대의 구조적 역설 — 발견될수록 평균화된다
AI 시대가 낭만주의 시대와 평행하다는 주장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구조적 동형성이 존재한다.
계몽주의의 이성이 AI의 알고리즘이라면, 산업혁명의 기계는 생성형 AI다. 계몽주의가 "만물을 이성으로 통제"하려 했다면, AI 최적화는 "만물을 알고리즘이 이해하는 문법으로 재구성"하려 한다. 신고전주의가 규칙과 규율과 보편성을 강조했다면, 오늘날의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는 AI가 인용할 수 있는 구조와 통계와 권위 어조를 강제한다.
GEO는 2024년 Princeton University, Georgia Tech, IIT Delhi, Allen Institute for AI의 공동 연구진이 ACM SIGKDD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체계화한 프레임워크다(Aggarwal et al.,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KDD 2024, arXiv:2311.09735). 이 연구는 10,000개의 질의(query)에 걸쳐 9가지 콘텐츠 최적화 전략을 테스트하여, 권위 있는 출처 인용, 구체적 통계 포함, 전문가 직접 인용이 AI 인용률을 최대 40%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발견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 —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설이 드러난다. 콘텐츠가 AI에 의해 발견되고 인용될수록 — 즉, AI 가독성이 높아질수록 — 그 콘텐츠는 AI가 생성하는 평균적 산출물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명료하고 구조화되고 출처가 분명한 글은 AI가 요약하고 인용하기에 편리하지만, 바로 그 편리함이 글쓴이의 고유한 목소리를 희석시킨다.
이 역설은 실험으로도 입증되었다. 2024년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Doshi & Hauser, "Generative AI Enhances Individual Creativity but Reduces the Collective Diversity of Novel Content," Science Advances, Vol. 10, No. 28, 2024)에서, AI 지원을 받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은 평균적으로 더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AI 지원 그룹의 산출물은 서로 비슷해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를 "사회적 딜레마"라고 불렀다 — "개인은 더 나아지지만, 집단적으로는 더 좁은 범위의 새로운 콘텐츠만이 생산된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는 이 연구를 확장하여 "AI가 개인의 창의성은 높이지만 집단적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압축한다"는 패턴이 단편 소설 작문, 순환경제 솔루션, 유머, 협업 스토리텔링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Boussioux, Doshi, Hauser & Hosanagar, "The Hidden Cost of AI-Assisted Creativity,"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4).
"평균은 높아지지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이상치(outlier)는 사라진다." 개인은 더 나아지지만, 생태계는 획일화된다.
이것이 낭만주의 시대의 구조와 동형이다. 19세기에도 규칙에 맞는 그림, 규격에 맞는 시, 전통에 부합하는 음악이 양산되면서 — "평균적 품질"은 올라갔지만 "고유한 천재성"은 억압되었다. Britannica가 지적하듯, 낭만주의는 바로 이 "질서, 평온, 조화, 균형, 이상화, 합리성에 대한 거부"로서 출발했다. 오늘날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규칙을 강제하는 주체가 인간의 제도가 아니라 기계의 알고리즘이라는 점, 그리고 그 알고리즘이 인간의 언어와 감성까지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Michael Pollan은 저서 『A World Appears』에서 "낭만주의는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으로 일어났다"고 서술한다(Michael Pollan, "A World Appears: A Journey into Consciousness," Allen Lane, 2026). 이 한 줄에서 출발하여, 교육사상가 David PBL Ross는 "AI 시대에도 낭만주의가 유효한 대응 체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지는 — 산업혁명이 "효율적인 노동자"라는 은유를 만들었다면, AI 시대는 "창조적 정신"이라는 낭만주의적 은유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David PBL Ross, "Romanticism, Revisited: What the AI Era Demands from Human Learning," Substack, 2024).
낭만주의 시대에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선명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경계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그래서 이번 "낭만"은 단순히 자연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문법에 저항하면서도 그 문법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역설적 낭만이 되어야 한다.
3. 전략의 두 축 — 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이 역설적 상황에서 개인·조직·비즈니스·브랜드가 취해야 할 전략은 "반(反)AI"가 아니라 이중 적응이다. 두 개의 축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
첫 번째 축: AI 가독성. AI가 이해하고, 분류하고, 요약하고, 인용할 수 있는 구조. 명확한 출처, 구체적 데이터, 권위 있는 어조, 일관된 메타데이터. 이것은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의 문제다. AI 검색 시대에 발견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번째 축: 인간적 비환원성. AI가 아무리 훈련해도 생성할 수 없는 것. 체험, 감각, 취향, 고유한 관점, 윤리적 판단, 미학, 공동체성. 이것은 비환원성(irreducibility)의 문제다. AI에 의해 발견된 뒤에도,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 두 축의 교차점에서 네 가지 유형이 나타난다.
| AI 가독성 낮음 | AI 가독성 높음 | |
|---|---|---|
| 인간적 비환원성 높음 | 깊이는 있으나 발견되지 않음 — 소수만 도달 | 이상적 영역 AI에도 보이고 인간에게도 기억됨 |
| 인간적 비환원성 낮음 | 혼란 — 보이지도 않고 남지도 않음 | AI 최적화된 평균 콘텐츠 — 인용될 수는 있으나 정체성이 희미해짐 |
세 번째 유형의 함정이 오늘날 가장 흔하다. AI가 요약하기 편리한 매끈한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면서, "발견되지만 기억되지 않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평균은 높아지지만, 아무도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한다.
전략적 목표는 명확하다. 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발견 가능성은 확보하되, 표현과 관점까지 평균화하지 않는 것.
4. 개인 — 관점의 소유자
개인의 경쟁력은 더 이상 "많이 아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AI가 모든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시대에, 정보의 양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AI가 가져온 지식을 자기 경험과 철학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다.
이를 위해 개인이 축적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체험 기반 지식이다. 현장 경험, 인터뷰, 관찰, 실패의 기록. 이것은 AI가 공개 데이터로 재조합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에게는 훈련 데이터는 있지만 기억은 없다. 체험하지 않은 것은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인용되지 않는다. 한 창작성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면, "AI는 훈련 데이터는 있지만 기억은 없다. 그것이 이미지를 생성하든, 문장을 쓰든, 멜로디를 작곡하든, 본질은 이미 본 것의 정교한 재조합이다"(Acumentor, "How to Stay Creative in the Age of AI," 2024).
둘째, 자기만의 관점이다. 단순 지식 축적이 아니라 해석력, 판단력, 취향. 정보는 누구나 AI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이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역할이다.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이 "규칙에 맞는 글"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담긴 글"을 본질로 삼았듯이. Britannica가 요약하듯, 낭만주의의 핵심 태도 중 하나는 "예술가를 엄격한 형식적 규칙과 전통적 절차에 대한 복종보다 더 중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창조자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셋째, 느림의 역량이다. 빠른 생산보다 오래 남는 관점. 깊이 있는 문장, 고유한 문제의식은 단축키로 만들 수 없다. AI가 "4초 만에 빈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시대에, 빈 페이지 앞에서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 — 그 불편함 속에서만 원래의 아이디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AI는 초안을 쓰고, 정리하고, 비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인간이 담당해야 한다. AI의 첫 번째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순간, 판단력을 훈련하는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5. 조직 — 의미를 생산하는 지식 조직
조직은 AI를 생산성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지식과 판단과 철학을 더 선명하게 만들도록 강제하는 거울로 보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조직 지식의 구조화다. 내부 문서, 고객 인사이트, 연구 자료, 브랜드 원칙을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 이는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조직의 지식 자산을 외부 AI 생태계에서 발견 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적 작업이다. AI 검색 시대에, 구조화되지 않은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시에 창의성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앞서 확인한 대로, AI는 아이디어의 평균 질을 높이지만 다양성을 압축한다. 초기 발상 단계에서 AI에 의존하면, 모두가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조직은 의도적으로 초기 발상 단계에서 인간의 이질적 관점과 충돌을 보존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더 좋지만, 돌파구가 되는 이상치가 사라지는" 함정을 피하는 길이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연구는 이에 대한 실무적 권고를 제시한다 — "AI가 아이디어를 빠르게 평균화하므로, 창발적 단계(emergent stage)에서는 인간의 이질적 관점과 충돌을 보존하라"(Boussioux et al.,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4).
무엇보다 조직 고유의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모두가 쓰는 AI식 문장 — 매끈하고, 정중하고, 결론이 모호한 — 이 아니라, 조직만의 개념어, 철학, 프레임워크를 축적하는 것. 철학자 Byung-Chul Han(한병철)은 『The Burnout Society』와 『The Transparency Society』에서 현대 사회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최적화하고 전시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타자와의 만남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한다(Byung-Chul Han, "The Burnout Society,"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5). 그의 분석을 AI 챗봇에 적용하면 — AI는 항상 우리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나르시시즘의 거울"이다. 그 거울에 갇히지 않으려면, 조직 내부에 진정한 타자와의 충돌이 있어야 하고, 그 충돌을 견디며 자기 언어를 만드는 규율이 있어야 한다.
효율은 자동화하되, 판단은 인간화해야 한다. 반복 업무, 정보 수집, 초안 작성은 AI에 맡기되, 미학적·윤리적·전략적 판단은 인간이 책임지는 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승인하는가 —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조직은 AI의 흐름에 휩쓸릴 뿐이다.
6. 비즈니스 — 의미의 경쟁
AI 시대의 비즈니스는 "더 빨리 파는 기업"보다 왜 이것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기업이 강해진다.
기능과 가격은 AI가 순식간에 비교한다. 고객이 AI에게 "가성비 좋은 노트북 추천해 줘"라고 물으면, AI는 수십 개 제품의 사양과 가격과 리뷰를 1초 만에 비교한다. 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 제품이 왜 존재하는가", "어떤 세계관에서 만들어졌는가", "이것을 만든 사람은 무엇을 믿는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비교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낭만주의 시대에 "규칙에 맞는 그림"이 아니라 "화가의 고유한 시선이 담긴 그림"이 본질이 되었듯이, AI 시대에는 "기능이 좋은 제품"이 아니라 "왜 이것이 존재하는지를 설득하는 제품"이 본질이 된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는 세 가지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첫째, AI 검색에서 발견되는 구조. FAQ, 리서치, 비교표, 출처 기반 콘텐츠, 명확한 설명 페이지. Princeton 연구진이 체계화한 GEO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권위 있는 출처 인용, 구체적 통계, 전문가 직접 인용이 AI 인용률을 최대 40%까지 높인다(Aggarwal et al., KDD 2024). 특히 주목할 점은 — 기존 검색 순위가 낮을수록(5위) GEO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5위 사이트의 가시성이 115% 향상된 반면, 1위 사이트는 오히려 30% 하락했다. 즉, GEO는 소규모 브랜드가 대기업을 뒤집을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발견 가능성"을 위한 것이지, "정체성"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1차 데이터와 1차 경험. 고객 인터뷰, 커뮤니티, 구매 이후 경험, 오프라인 접점. 이것은 AI가 훈련 데이터로 재조합할 수 없는 영역이며, 동시에 AI 검색에서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가 된다. 남이 다루지 않은 1차 자료를 가진 비즈니스만이, AI가 요약한 뒤에도 "직접 가봐야 한다"는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인간이 머무는 경험 설계. 매장, 이벤트, 커뮤니티, 패키징, 서비스 톤. 온라인에서 AI가 모든 것을 비교하고 요약하는 시대에, 물리적·체험적 접점의 가치가 역으로 상승한다. 낭만주의자들이 산업혁명의 기계화에 반발하여 자연으로 회귀했듯이, 오늘날의 소비자도 알고리즘의 무한 비교에 지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William Wordsworth가 "세상이 우리와 너무 함께한다(The world is too much with us)"며 물질주의에 경도된 인간의 감각 마비를 비판했듯이 (William Wordsworth,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 Poetry Foundation) — 오늘날의 소비자도 알고리즘의 무한 비교에 지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신뢰는 이 모든 것의 기반이다. AI가 정보를 투명하게 만드는 시대에, 신뢰는 "숨길 수 없는 것"이 되므로 오히려 가장 확실한 경쟁우위가 된다. 주장에는 근거를, 브랜드에는 철학을, 고객 경험에는 일관성을 부여하는 비즈니스만이 살아남는다.
7. 브랜드 — 출처이자 상징
앞으로 강한 브랜드는 AI가 요약하기 쉬운 브랜드가 아니라, AI가 요약한 뒤에도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다.
브랜드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하나는 AI에게 신뢰할 수 있는 출처(Source of Truth)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 의미 있는 상징(Source of Meaning)이 되는 것이다.
Source of Truth — AI에게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브랜드를 설명하는 공식적이고 정확한 지식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제품 정보, 연혁, 철학, 공정, 성분과 소재, 출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AI가 브랜드를 인용할 때 참조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은 AI 가독성의 축이다. 발견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AI가 참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GEO 연구가 보여주듯, 구체적 통계와 명확한 출처가 AI 인용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Aggarwal et al., KDD 2024).
Source of Meaning — 인간에게 의미 있는 상징. 고객이 브랜드를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취향, 정체성, 경험으로 느끼게 하는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장인성과 출처와 과정의 강조 — "누가 만들었고,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으며, 왜 이 방식이어야 하는가." 브랜드만의 고유한 목소리 — AI가 만든 듯한 매끈한 문장이 아니라, 그 브랜드만의 리듬, 어휘, 관점. 커뮤니티와 의례 — 브랜드를 소비가 아니라 참여와 반복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은 인간적 비환원성의 축이다.
이 두 역할의 결합이야말로 "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브랜드다. AI가 브랜드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서도, 그 설명을 듣고도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남아 있어야 한다.
8. 다섯 가지 전략 원칙
이 논의를 다섯 가지 원칙으로 요약한다.
첫째, AI 최적화는 하되, AI화되지는 말 것. 발견 가능성은 확보하되, 표현과 관점까지 평균화하지 않는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되, 그 구조 안에 담기는 내용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정보보다 해석을 소유할 것. 정보는 AI가 가져온다. 인간과 브랜드의 역할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자기 답을 가져야 한다.
셋째, 출처와 체험을 동시에 강화할 것. AI에는 출처가 필요하고, 인간에게는 체험이 필요하다. 근거 없는 주장은 AI에게 인용되지 않고, 체험 없는 전문성은 인간에게 신뢰받지 못한다.
넷째, 효율은 자동화하고, 판단은 인간화할 것.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되, 미학과 윤리와 전략과 브랜드 판단은 인간이 책임진다. 효율은 도구의 영역이지만, 취향은 인간의 영역이다.
다섯째, 빠른 시대일수록 느린 자산을 만들 것. 신뢰, 취향, 철학, 커뮤니티, 장기적 명성. 이것들은 자동 생성되지 않는다. AI가 4초 만에 페이지를 채우는 시대에, 4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자산의 가치가 오히려 상승한다.
9. 결론 — 역설적 낭만을 향하여
19세기 낭만주의는 "기계에 대항하여 인간의 감성을 복권"하는 운동이었다. 그 전략은 비교적 단순했다 — 기계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고, 인간의 영역을 지키는 것.
오늘날 우리는 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AI는 기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언어와 감성을 모방한다. "인간적인 것" 자체가 AI에 의해 복제될 수 있게 되면서, 낭만주의적 대항항(對抗軸)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우리는 더 이상 "기계 vs 인간"이라는 선명한 이분법에 기댈 수 없다.
그래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반(反)기술적 낭만이 아니라, 역설적 낭만이다. 알고리즘의 문법에 저항하면서도 그 문법 없이는 발견되지 못하는 — 그래서 문법을 습득하되 문법에 환원되지 않는 — 그런 낭만. AI에 읽히면서도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발견 가능성을 확보하되, 발견된 뒤에도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싶어지는 무언가를 남겨두는 것.
개인은 관점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고, 조직은 의미를 생산하는 지식 조직이 되어야 하며, 비즈니스는 의미의 경쟁으로 이동해야 하고, 브랜드는 출처이자 상징이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빠른 시대일수록, 느린 자산을 만들 것.
AI가 4초 만에 채우는 페이지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4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신뢰와 취향과 철학과 커뮤니티. 그것이 자동 생성되지 않기에 — 그래서 더 귀해지기에 — 그것이 새로운 낭만의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확실한 경쟁우위다.
역사는 반복된다. 단, 이번에는 더 복잡하게. 그리고 그 복잡함 속에서,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다시 — 낭만주의 시대처럼 — 부각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부터,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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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Aggarwal, P., Murahari, V., Rajpurohit, T., Kalyan, A., Narasimhan, K. & Deshpande, A. (2024).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Proceedings of the 30th ACM SIGKDD Conference on Knowledge Discovery and Data Mining (KDD '24). arXiv:2311.09735
- Doshi, A.R. & Hauser, O. (2024). "Generative AI Enhances Individual Creativity but Reduces the Collective Diversity of Novel Content." Science Advances, 10(28). PubMed: 38996021
- Boussioux, L., Doshi, A.R., Hauser, O. & Hosanagar, K. (2024). "The Hidden Cost of AI-Assisted Creativity." MIT Sloan Management Review.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the-hidden-cost-of-ai-assisted-creativity/
- Pollan, M. (2026). A World Appears: A Journey into Consciousness. Allen Lane. https://michaelpollan.com/books/a-world-appears/
- Ross, D.P.B.L. (2024). "Romanticism, Revisited: What the AI Era Demands from Human Learning." Substack. https://davidpblross.substack.com/p/romanticism-revisited-what-the-ai
- Han, B.-C. (2015). The Burnout Society. Stanford University Press.
- Wordsworth, W. (1807).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 Poetry Foundation.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5564/the-world-is-too-much-with-us
- "Romanticism." Encyclopædia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art/Romanticism
- Acumentor (2024). "How to Stay Creative in the Age of AI." https://www.acumentor.co/how-to-stay-creative-in-the-age-of-ai/
이 에세이는 AI 시대의 구조적 특성을 19세기 낭만주의와의 역사적 평행성에서 조망하고, 그 관점에서 개인·조직·비즈니스·브랜드의 전략적 지향점을 도출한 브랜드 전략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