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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Encounters : 샤토 오브리옹은 기다림 대신 만남을 준비했다

모든 와인을 셀러에서 기다려야 할까? 샤토 오브리옹과 소더비가 준비한 여섯 가지 만남 (BARAM 매거진 10월호)
Six Encounters : 샤토 오브리옹은 기다림 대신 만남을 준비했다
샤토 오브리옹 외관 ©Château Haut-Brion

Vol: October 2026 · Section: W Moments · Editor: 오주석

Editor's Letter

기다림은 브랜드가 오래 써온 도구입니다. 바람 매거진에서 여러 차례 다룬 대한민국 만년필 세종과 베개가 그렇습니다. 구매자는 값을 먼저 치르고, 좋은 제품이 나오는 순간까지 믿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 기다림 안에는 생산자에 대한 신뢰와 함께 저마다의 대의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만년필이라는 꿈, 불모지에 대한 도전, 기획자 김어준의 역할에 대한 동참이 그것입니다.

와인도 기다림을 팝니다. 지금이 가장 저렴할 때이고, 셀러에서 오래 묵히면 더 우아하게 익는다는 이야기는 와인 마케터에게 자주 듣는 세일즈 토크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모든 와인을 셀러에 넣고 기다려야 할까요.

이번 가을, 이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놓은 와인 브랜드가 있습니다. 보르도 1등급 샤토 오브리옹은 고객을 줄 세우는 대신 여섯 가지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한 줄 결론

  • 브랜드가 파는 기다림은 고객이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대기가 되기도 하고 참여가 되기도 한다.
  • 샤토 오브리옹은 2026년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와인에 샤토 방문을 묶은 여섯 가지 경험을 내놓았다.
  • 2025 빈티지 오크통의 낙찰자는 병입을 기다리는 동안 셀러 마스터와 오크통 속 와인을 맛보고 자기 백라벨을 붙인다.
  • 고객을 기다림 안으로 들이면 기다림은 대기에서 참여로 바뀐다.

와인 익스피리언스란

와인 익스피리언스(Wine Experience)는 와인과 함께 그 와인이 만들어지는 장소와 사람, 시간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와이너리 방문과 시음, 식사, 숙박이 와인 구매와 한 묶음으로 제공된다.

Waiting Lines : 브랜드가 파는 기다림

브랜드가 고객에게 건네는 기다림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세종과 베개의 구매자는 생산자를 믿고 대의에 동참하며 기다렸다. 2026년 8월 31일 세종을 받았을 때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림이 필기가 됐다"고 적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고객은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리며 브랜드 곁에 머문다. 이런 기다림 속에서 고객은 생산자의 여정 가까이에 선다.

와인과 럭셔리의 기다림은 결이 다르다. 보르도의 앙프리뫼르(en primeur)는 와인이 오크통에 있을 때 값을 먼저 받고, 병입을 마친 뒤 병을 보낸다.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은 이 구조에서 나온다. 샤넬이 가격을 올릴 때마다 매장 앞에 긴 줄이 섰던 장면도 같은 문법이다. 오늘이 제일 싸다고 믿는 고객은 문밖에서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값은 먼저 치렀는데 고객은 여전히 바깥에 서 있다.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간극은 이 자리에서 생긴다.

Six Encounters : 기다림 대신 만남

2026년 10월 1일 소더비(Sotheby's) 파리는 샤토 오브리옹(Château Haut-Brion)의 셀러에서 직접 꺼낸 와인만으로 경매를 열었다. 1935년부터 2025년까지의 빈티지가 676개 로트(lot)로 나왔고, 낙찰 총액은 340만 유로였다. 경매의 중심에는 와인에 샤토 방문을 묶은 여섯 가지 '와인 앤드 익스피리언스(Wine & Experience)'가 있었다.

세 가지 경험은 오브리옹의 시간을 맛보게 한다. 와인 애드버킷(The Wine Advocate)에게서 100점을 받은 오브리옹 레드를 버티컬 테이스팅으로 모두 맛보는 경험,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열두 해의 매그넘을 한 줄로 잇는 경험, 2010년 한 해의 레드와 화이트와 두 세컨드 와인을 나란히 놓는 호리존탈 테이스팅이다.

두 가지 경험은 오브리옹의 세계를 바깥으로 넓힌다. 하나는 오전에 생테밀리옹의 샤토 퀸투스(Château Quintus)를 걷고, 오후에 좌안의 오브리옹으로 건너가 이웃 샤토 라 미시옹 오브리옹(Château La Mission Haut-Brion)에서 하룻밤을 묵는 하루 여정이다. 다른 하나는 딜런 가문의 오브리옹 인수 75주년을 기념한 린리(Linley) 콘솔과 여덟 빈티지를 품고 파리에서 보르도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마지막 경험은 2025년 오브리옹 레드가 든 오크통 한 개, 750ml 병 약 300개 분량을 통째로 사는 일이다.

소더비 경매에 나온 샤토 오브리옹 2025 빈티지 오크통 (Courtesy of Sotheby's)

Inside the Waiting : 대기에서 참여로

오크통의 낙찰자도 기다린다. 와인이 병에 담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달라진 것은 그 시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낙찰자는 새 셀러에서 셀러 마스터와 함께 오크통 속 와인을 맛보고, 원하는 병 크기를 고르고, 자기만의 백라벨을 붙이고, 라 미시옹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앙프리뫼르의 구매자가 문밖에서 병을 기다린다면, 이 낙찰자는 셀러 안에서 숙성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기다림이 대기에서 참여로 옮겨 간 것이다.

시장도 반응했다. 소더비가 발표한 낙찰가는 구매자 수수료 25%를 포함한 금액이고, 추정가는 수수료를 뺀 가격 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맞추면 오크통 경험은 수수료 제외하고 가격 13만 유로로 추정가 10만~20만 유로 안에서 팔렸다. 콘솔과 파리 여정을 묶은 경험은 수수료를 뺀 가격 10만 유로로 최저 추정가 13만 유로에 못 미쳤다.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공개된 낙찰가는 두 건뿐이고, 고가의 가구를 함께 사야 하는 경험은 처음부터 살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이번 경매가 딜런 가문의 90년을 기념하는 일회성 행사라는 점에서 여섯 가지 경험을 오브리옹의 상시 전략으로 단정하기도 이르다. 다만 로베르 왕자는 카탈로그 서문에서 2027년 초 새 셀러와 방문 경험의 문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는 그 문을 미리 열어 본 시험으로 읽을 수 있다.

Strategic Alignment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두 축으로 놓아 보자. 하나는 고객이 브랜드를 향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마음을 옮기는 행동이다.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고객은 마음이 크지만 행동은 기다림 하나뿐이다. 세종의 구매자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방송을 보고 후기를 나누며 행동을 이어 갔다. 오브리옹의 오크통 낙찰자에게는 마음과 행동이 숙성의 시간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고객을 움직이는 힘은 기다리는 동안 브랜드가 고객에게 무엇을 하게 하느냐에서 나온다.


BARAM Insight

세종 글에서 저는 "관계는 평가를 없애지 않는다. 기대의 눈금을 높인다"고 적었습니다. 오브리옹의 고객은 기대의 눈금이 가장 높은 사람들입니다. 오브리옹은 그 눈금에 더 귀한 병 대신 병이 만들어지는 자리로 답했습니다. 여러분 브랜드의 고객은 지금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습니까.

Epilogue

2024년 12월, 지인들과 샤토 오브리옹 2017을 열었습니다. 1등급을 열기에는 이르다는 빈티지였지만 와인은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반 남짓 지나 세종이 도착했습니다. 하나는 기다리지 않은 잔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래 기다린 펜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둘 다 브랜드와의 관계가 시작된 첫 획이었습니다.


FAQ

샤토 오브리옹 소더비 경매는 언제 열렸나요? 2026년 10월 1일 소더비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샤토 셀러에서 직접 꺼낸 1935~2025년 빈티지가 676개 로트로 나왔고, 낙찰 총액은 340만 유로였습니다.

소더비 '와인 앤드 익스피리언스'는 무엇인가요? 와인에 샤토 방문과 시음, 식사, 숙박을 묶은 특별 로트입니다. 이번 경매에는 여섯 가지가 나왔고, 낙찰자는 2026년 10월부터 2028년 7월 사이에 샤토와 일정을 맞춰 경험합니다.

샤토 오브리옹 2025 오크통은 얼마에 낙찰됐나요? 구매자 수수료를 포함해 16만 2,500유로에 낙찰됐습니다. 수수료를 뺀 가격은 13만 유로로, 추정가 10만~20만 유로 범위 안이었습니다.

모든 와인을 셀러에서 숙성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와인은 일부 고급 와인에 가깝고, 많은 와인은 출시 뒤 이른 시기에 마시도록 만들어집니다. 1등급 와인도 어린 빈티지에서 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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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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