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매거진 10월호_시간을 들여 만드는 경험
빠르게 만드는 시대, 우리는 어떤 경험을 쌓고 있을까요?
Vol: October 2026 · Section: Monthly Curation · Editor: 오주석
Editor’s Letter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10월에 들은 노래 한 곡이 질문을 건넸습니다. 머무르(MEOMURU)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입니다. 인간이 쓴 가사에 AI를 활용해 음악과 목소리를 더한 곡입니다.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AI가 만든 음악에 우리가 감동한다면, 그 감동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누군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자신을 돌아봅니다. 같은 노래를 듣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장면은 다릅니다. 각자가 살아온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무언가를 만드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과 이미지, 음악을 만들고 머릿속 구상을 눈앞에 펼쳐놓는 일도 한결 쉬워졌습니다. 그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과 감각으로 그것을 경험합니다.
이번 달에 쓴 글들을 다시 읽으며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주시경이 연구하고 가르친 시간, 문화유산이 오늘의 놀이가 되는 시간, 와인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 낯선 와인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삿포로에서는 누군가의 오랜 구상 속을 직접 걸었습니다.
10월의 바람은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만드는 도구가 달라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동안, 우리는 어떤 경험을 쌓고 있을까요. 그 경험은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떻게 들어가고 있을까요.
1. 주시경 — 배움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 시간
지식 통합자(Knowledge Synthesizer), 주시경을 소개합니다
주시경은 말을 연구하기 전에 측량과 수물학을 배웠습니다. 서로 떨어져 보이는 배움들이 언어를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남아 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답변을 재구성한 가상 인터뷰입니다. 그 안에서 눈여겨본 것은 지식을 연결하는 방식과 가르치는 태도였습니다.
그는 연구하면서 가르쳤고, 가르치는 자리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살피는 일이 다음 연구의 질문이 되었습니다.
지식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의 읽기와 쓰기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설명하고, 질문을 듣고, 다시 고쳐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시경의 이야기는 그 반복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일상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세종대왕과의 가상 인터뷰 —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한 또 한 사람을 만납니다.
- The Hidden Mountain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 오랜 시간 쌓인 여러 경험에서 한 사람의 가능성을 읽어봅니다.
2. K-Experience — 오래된 것이 오늘의 경험이 되는 시간
오래된 것이 미래가 되는 순간
런던 피카딜리의 화면에 등장한 한국 전통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장놀이, 그리고 한글.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오래된 문화와 오늘의 사람이 만나는 방식입니다.
박물관의 유물은 관람객의 놀이와 표현을 통해 다시 관심을 받습니다. 한글은 사람들이 배우고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생활 속에서 계속 쓰입니다. 오래된 것은 지금도 새로운 경험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 사이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다시 볼지 고르고, 의미를 해석하고,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문화유산이 지나온 시간에 오늘의 사람들이 자기 시간을 보탤 때, 그 유산은 새로운 이야기를 얻습니다. 이번 달에는 그 과정을 K-Experience라는 관점으로 살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지식 통합자, 주시경을 소개합니다 — 한글이 사람들의 읽기와 쓰기로 이어지도록 연구하고 가르친 시간을 돌아봅니다.
- AI에 읽히되, AI로 환원되지 않는 것 — AI 시대에 인간의 해석과 고유한 경험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3. 샤토 오브리옹 — 기다리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법
Six Encounters : 샤토 오브리옹은 기다림 대신 만남을 준비했다
와인에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포도가 자라고,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마침내 잔에 담기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고객은 어디에 있을까요.
샤토 오브리옹은 소더비 경매에서 와인에 방문과 시음, 식사와 숙박 등을 묶은 여섯 가지 경험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오크통 구매자는 병입을 기다리는 동안 셀러 마스터와 와인을 맛보고, 병 크기를 고르고, 자기만의 백라벨을 붙일 수 있습니다.
와인이 익는 시간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달라진 것은 고객이 그 시간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기다림을 요청한다면,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례는 기다리는 시간을 관계로 이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줍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The First Lines : 김어준의 세종 만년필을 쓰기 시작했다 — 오래 기다린 제품이 손에 들어온 뒤 시작되는 관계를 살펴봅니다.
- W Moments — 와인에서 발견한 브랜드와 경험의 이야기들을 함께 읽습니다.
4. 아네모 — 낯선 와인과 가까워지는 시간
조지아 와인이 어려운 당신에게, 아네모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르카치텔리, 알렉산드로울리, 무주레툴리. 이름을 읽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품종과 산지, 양조 방식까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첫 잔에 다가가기까지 거리가 더 멀어집니다.
조지아 와인 테이스팅에서 만난 아네모는 그 거리를 조금 좁혀주었습니다. 조지아의 품종과 산지를 지키면서,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와인의 감각으로 첫 만남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래된 자산의 가치를 전하려면 처음 찾아온 사람의 시간도 헤아려야 합니다. 무엇이 낯선지, 어디에서 이해가 멈추는지, 어떤 경험이 첫 번째 디딤돌이 될 수 있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아네모를 통해 조지아 와인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나봤습니다.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브랜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Six Encounters : 샤토 오브리옹은 기다림 대신 만남을 준비했다 — 오래된 와인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 오래된 것이 미래가 되는 순간 — 오랜 자산이 오늘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읽습니다.
5. AI 음악 — 새로 만든 노래에 오래된 기억이 만날 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에디터 레터에서 꺼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AI를 활용해 만든 음악에 감동한다면, 그 감동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가사를 쓴 사람과 음악을 만든 도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래를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듣는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함께 작동합니다. 같은 질문도 어떤 날에,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 글에서는 AI의 생성 능력과 함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역할을 물었습니다. 빠르게 만들어진 결과물에도 누군가의 오랜 기억이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설계하려는 경험에서도 그 만남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오래된 것이 미래가 되는 순간 — 생성의 시대에 선택과 해석이 갖는 의미를 살펴봅니다.
- Memory in the Dark : 어둠 속에서 남은 것 — 하나의 경험이 개인의 기억으로 남는 시간을 돌아봅니다.
6. 모에레누마 — 누군가의 구상이 우리의 하루가 되기까지
모두의 공원이 된 쓰레기 매립지
모에레누마 공원에서는 거대한 조각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리 피라미드에 햇살이 들고, 사람들은 산에 오릅니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리거나 풀밭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예술가가 구상한 공간은 그렇게 사람들의 하루가 됩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땅에서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작업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에레야마를 향해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출발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먼저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있고, 그 뒤에서 함께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경험에도 그런 걸음들이 쌓여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삿포로 방문에서 만난 공간과 풍경을 전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모든 정상은 출발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 모에레야마를 오르는 뒷모습에서 발견한 출발과 응원의 이야기입니다.
- A Place to Remember : 우리는 왜 시칠리아로 떠나는가 — 하나의 장소가 사람에게 남기는 경험을 함께 생각해봅니다.
BARAM Insight: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경험
지난 10월, 여름과 겨울 사이의 삿포로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는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을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원으로 설계했습니다. 모에레누마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그가 그린 풍경 속을 걷고, 뛰고, 쉬고 있었습니다.
AI로 ‘딸깍’ 설계도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구상을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공원으로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로봇이 건축과 건설에 더 많이 참여하면 그 시간도 줄어들겠지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습니다. 지금 제가 누리는 이 풍경에는 누군가의 상상과 도전, 그리고 그것을 이어온 사람들의 시간이 쌓여 있다고요.
어느덧 삿포로의 단풍 위로 눈이 쌓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눈 덮인 모에레누마 공원에서 썰매를 타며 웃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계절마다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바람익스피리언스도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살아갈, 더 새롭고 인간적인 경험을 설계하겠습니다.
다음 달을 기다리며
여러분이 요즘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직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구상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에레야마를 오르던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그 걸음을 응원합니다.
11월에는 서울의 이야기도 전하려 합니다. 여행으로 만나는 서울과 일상으로 살아가는 서울 사이에서,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에도 새로운 질문과 경험을 찾아 전하겠습니다.
함께 읽기
- 바람 매거진 9월호_우연과 계획 — 좋은 경험을 위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과 남겨두어야 할 여백을 이야기합니다.
- 바람 매거진 8월호_기억 : 경험은 지나가고, 관계는 남는다 — 지나간 경험이 기억과 관계, 다음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 The BARAM Framework — Brand · Audience · Relationship · Alignment · Momentum으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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