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깃발 그리고 선결제_2024년 12월 3일, 민주주의를 경험하다
🌬️ 바람 BARAM | Vol.2025.12.03
브랜드 경험, 새로운 바람이 분다
안녕하세요, 오주석입니다.
12월 한 달간 2025년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25년의 키워드 1: 응원봉, 깃발 그리고 선결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이었습니다. 계엄군이 국회로 향했고,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 1분, 국회는 재적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습니다.
6시간의 계엄. 하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했습니다.

🔍 이번 주 포커스
2016년 촛불, 2024년 응원봉
12월 4일 저녁부터 시민들은 다시 국회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이후 8년 만이다. 그런데 풍경이 달랐다.
2016년에는 촛불이었다. 추운 겨울밤, 사람들은 양초에 불을 붙여 들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비아냥에 LED 촛불이 등장했지만, 진짜 촛불이 주류였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불빛들. 그것이 2016년의 상징이었다.

2024년은 응원봉이었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에스파, 세븐틴, NCT. 형형색색 아이돌 응원봉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촛불혁명이 '빛의 혁명'으로 진화했다. 2030 여성들이 집회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응원봉은 단순한 조명 도구가 아니었다. 높은 발광력으로 시인성이 좋고, 블루투스로 연동되어 일제히 깜빡이는 연출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봉꾸(응원봉 꾸미기)'가 가능했다. NCT의 믐뭔봉에는 '탄핵'이라는 글자를 붙였고, 뉴진스의 빙키봉에는 화난 눈썹과 빨간 띠를 두르며 '국민이 빡쳤다'를 표현했다.

재치있는 깃발의 등장
집회에서 깃발은 늘 있었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정당. 소속을 밝히는 도구였다. 그런데 2024년은 달랐다.
"응원봉을 든 오타쿠 시민연대"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피크민 러닝 크루" "계엄? 이것 뭐에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단체들이었다. 아이돌 팬덤 밈을 패러디한 문구, 게임 커뮤니티 농담, 순전히 재치만 담은 말장난. 이 깃발들은 세 가지 기능을 했다.
첫째, 정체를 감췄다. 소속을 밝히고 싶지 않은 시민들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둘째, 위치를 알렸다. 인파 속에서 "나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깃발 옆에 있어"라고 말하면 찾을 수 있었다.
셋째,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거운 집회가 아니라 축제 같은 연대의 장으로 바꿨다.

혁명에는 단일한 색과 깃발이 등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2024년 대한민국은 온갖 깃발이 공존했다. 이것이 민주주의였다.
선결제: 1980년 주먹밥, 2024년 커피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방에 사는 사람, 일이 있는 사람,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사람.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연대했다.
여의도 근처 카페와 식당에서 메뉴를 선결제했다. "집회 참가자라고 말하면 받으세요." 커피 100잔, 빵 50개, 국밥 200그릇. BTS 이름 대면 수령 가능, 아이유 팬클럽 명의로 총 700개 분량.
'2024 촛불집회 선결제/나눔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어느 카페에서 무엇을 선결제했는지, 수령 코드는 무엇인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조국 전 대표는 '월간 커피 여의본점'에 음료 333잔을 선결제하며 "제 이름을 대시고 받으십시오. 작은 이별 선물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곧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프랑스 큐레이터 '그리다' 씨는 1980년 5·18 광주의 주먹밥을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당시 계엄군 정보병이었다. 주먹밥을 만들던 광주 아낙들은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5·18을 폭동이라 비난하고, '만에 하나 주먹밥 만든 게 알려지면 우리도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용케 숨어서 잘 버텨서 만들었죠. 난 (선결제 하는) 요즘 사람들이 그때 우리 마음과 같다고 봐요. 나누는 것도 용기로 하는 일이에요."
44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광주의 주먹밥이 서울의 선결제 커피가 되었다.
🎯 BARAM 프레임워크 분석
🎨 Brand: 민주주의의 브랜드 경험
민주주의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다. 구체적 경험이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응원봉은 민주주의의 가시성을 높였다. 멀리서도 보이는 불빛, 일제히 깜빡이는 연출. "우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었다.
깃발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표현했다. 천 개의 깃발, 천 개의 목소리. 하지만 하나의 요구: 탄핵. 다양성 속의 통일성. 이것이 민주주의 브랜드의 본질이다.
선결제는 민주주의의 접근성을 확장했다. 현장에 오지 못해도 참여할 수 있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함께 있다. 이것이 연대다.
👥 Audience: 세대 교체와 문화 전환
2030 여성이 집회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10대에 세월호를, 20대에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이들의 일상을 위협했다.
"엄마 아빠, 걱정 마. 딸래미 좋은 세상 만드는 중."
한 청년이 든 스케치북의 문구다. 이들은 집회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 K-POP 음악, 인터넷 밈. 이것이 이들의 도구였다.
기성세대는 배웠다. "저 응원봉은 뭐예요?" "모아봉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고 알아요?" 집회 현장이 세대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되었다.
🤝 Relationship: 새로운 연대의 방식
2024년 집회는 무겁지 않았다. K-POP 노래가 울려 퍼졌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 '위플래쉬'. 구호도 리듬에 맞췄다. "윤-석-열 탄-핵!"
축제였다. 하지만 진지했다. 즐거웠다. 하지만 분노했다. 이 모순된 감정들이 공존했다.
선결제는 보이지 않는 연대를 만들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커피값을 냈다. 나는 집회에 참여하며 그 마음을 받았다. 이것이 공동체다.
⚖️ Alignment: 말과 행동의 일치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시민들이 계엄군 앞을 막았다. 보좌관들이 소화기를 뿌렸다.
헌법은 작동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헌법 제77조 제5항.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현실에서 작동했다.
한 고3 수험생은 말했다. "수능 사회탐구 '정치와 법'을 응시했어요. 대통령이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고 수능 특강에서도 볼 수 없는 불법적인 행태를 저질렀어요."
민주주의는 제도와 문화의 정렬이다.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지키려는 시민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이것을 증명했다.
⚡ Momentum: 지속되는 힘
12월 3일 계엄 선포, 12월 4일 첫 집회, 12월 7일 첫 탄핵안 부결, 12월 14일 탄핵안 가결. 그리고 계속된 집회.
추운 겨울이었다. 영하의 날씨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나왔다. 응원봉을 들고, 깃발을 흔들며, 선결제한 커피를 마시며.
모멘텀은 한순간의 분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에서 나온다. 2024년 집회는 즐겁고, 재미있고, 따뜻했다. 그래서 지속되었다.
💡 브랜드가 배워야 할 것
1. 경험이 가치를 가시화한다
민주주의는 추상적이다. 하지만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서는 순간, 구체적이 된다. 브랜드 가치도 마찬가지다. 추상적 슬로건이 아니라 구체적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2. 참여의 문턱을 낮춰라
선결제는 참여 장벽을 낮췄다. 현장에 오지 못해도 기여할 수 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브랜드에 참여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3. 고객의 언어를 존중하라
2030 세대는 자신의 언어로 집회를 재해석했다. 응원봉, 밈, K-POP. 기성세대가 이것을 거부했다면 세대 단절이 일어났을 것이다. 브랜드도 고객의 언어를 존중하고 배워야 한다.
4. 일관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천 개의 깃발, 하나의 요구. 다양성이 통일성을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강화했다. 브랜드도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표현을 허용해야 한다.
5. 연대는 문화다
선결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였다. 누가 시킨 것도, 조직한 것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브랜드도 고객 커뮤니티의 자발적 문화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 2025년을 되돌아보며
2024년 12월 3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2월 4일 이후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방식, 연대한 방식, 민주주의를 경험한 방식.
응원봉, 깃발, 선결제.
이 세 가지 키워드는 2025년 대한민국을 관통했다. 그리고 브랜드 경험 설계자인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가?" "그 경험은 고객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그 경험은 연대를 만들고 있는가?"
다음 주에는 2025년을 빛낸 브랜드 경험 사례 3선을 BARAM 프레임워크로 분석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2024년 12월은 어떤 의미였나요?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브랜드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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