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Mountain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Vol: July 2026 · Section: 네오 폴리매스 · Editor: 오주석
Editor's Letter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작년 5월 네오 폴리매스 뉴스레터를 열면서 두 줄의 한시를 인용했습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움이 달라서이다. 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
다산 정약용이 일곱 살에 쓴 시입니다.
이 구절은 흔히 소탐대실의 경계로 읽힙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욕심에 사로잡히면 멀리 있는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작은 산이 큰 산보다 커 보이는 것은 산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 때문인데, 사람은 그 착시를 자주 진실로 받아들입니다.
작년에 이 뉴스레터를 열 때 저는 이 구절을 시선과 관점의 상대성으로 읽었습니다. 1년이 지나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다산이 경계한 것이 욕심이었다면, 제가 1년간 마주친 것은 시선이었습니다.
사람을 볼 때 명함에 적힌 한 줄이 가까이 있는 작은 산입니다. 그 한 줄이 그 사람 전체를 가립니다. 남을 볼 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작은 산에 속지 않으려면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지난 1년, 저는 이 한 줄을 방법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호는 그 기록입니다. 매주 한 분씩 만난 서른여섯 분의 이야기이자, 그분들에게서 나온 것을 어디로 가져가려 하는지에 대한 보고입니다.
한 줄 결론
네오 폴리매스는 여러 분야의 경험과 관심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1년간 서른여섯 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에게서 여덟 개의 공통 기둥과 일곱 개의 유형이 관찰됐다. 과거에 폴리매스가 소수의 이름이었던 것은 재능이 아니라 조건 때문이었고, 지금 그 조건은 사라졌다. 명함에 적힌 한 줄이 그 사람 전체를 가린다. 사람들이 자기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붙일 이름이 없어서다.
네오 폴리매스란
네오 폴리매스는 여러 분야의 경험과 관심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고전적 폴리매스가 분리된 분야를 각각 깊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네오 폴리매스는 이질적인 지식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사람이다. 다재다능이 아니라 통합이 기준이다.
[The Hidden Mountain] : 가려진 큰 산
시작은 단순했다. 링크드인에서 눈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로필에 적힌 한 줄과 실제로 하는 일 사이가 멀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회사 총무직인데 커뮤니티를 만들고 AI를 배우는 사람. 초등학교 교감이면서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사람. 스물다섯 해를 용접공과 B2B 세일즈로 살다 지금은 해외사업개발과 태양광을 하는 사람. AI 활용과 글쓰기와 코딩과 타로 리딩과 농사를 함께 하는 사람.
한 분씩 만났다. 매주 한 분씩, 1년간 서른여섯 분이다.
명함으로 적으면 교감, 본부장, 교수, 대표, 팀 리드, 편집자, 디자이너, 행정직, 총무직, 자문가, 강사다. 흔한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 그 한 줄이 늘 작았다.
인터뷰는 열 개의 질문으로 했다. 경력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한 분 한 분께 이름을 붙였다.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하고 있는 일에 붙인 이름이다.
점 연결형 빌더
경계 횡단 연결자
평생 현역형 자산 재창조자
다문화 예술 비즈니스 통합가
헤리티지 큐레이터
카테고리를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번역가
지혜 기반 교육 오케스트레이터
통찰 아키비스트
전직지원 회사를 열한 해 운영하고 매각한 뒤 적성 진단과 CRM을 만들고 있는 분께 붙인 이름이 「평생 현역형 자산 재창조자」다. 은퇴가 아니라 자산의 재배치라는 뜻이다.
이름을 받은 분들의 반응이 비슷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네요."
자리를 옮기니 가려졌던 산이 보인 것이다.
서른여섯 분의 기록은 [네오 폴리매스 아카이브]에 한 편씩 남아 있다.
[Two Observations] : 두 관찰이 같은 곳을 가리켰다
혼자 본 것이 아니다.
같은 시기에 Dr. Florian Odi Stummer의 연구를 만났다. 런던 앱슬리 비즈니스 스쿨(Apsley Business School London)에서 폴리매시 MBA 프로그램을 이끄는 연구자다. 그는 쉰세 명을 인터뷰해 고전적 폴리매시가 어떻게 네오 폴리매시로 옮겨왔는지를 추적하고, 그 능력을 여덟 개의 기둥으로 정리했다. 르네상스형 폴리매스가 여러 분야를 각각 깊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폴리매스는 이질적인 지식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마주친 결이 그 여덟 개와 겹쳤다. 서로 모르는 채로 각각 관찰한 것이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론은 그의 몫이고 한국의 실증은 내 몫인데, 이 둘이 붙어야 개념이 된다.
현대의 인물만 만난 것은 아니다. 다산 정약용, 세종대왕, 추사 김정희, 신사임당, 백남준, 연암 박지원. 같은 열 개의 질문을 옛사람에게도 던졌다.
과거를 기리려는 일이 아니다. 다산은 열여덟 해 유배를 사유의 실험실로 바꿨고, 세종은 어문학부터 천문학·음악·농학·의학·군사기술까지를 한 사람 안에서 움직이면서 그 기준을 자기 호기심이 아니라 백성에 두었다. 조건이 최악일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러 분야를 왜 엮는가. 지금 우리가 가진 질문을 그들이 다른 조건에서 이미 풀었다.
빌리는 것은 답이 아니라 눈이다.
[Ordinary and Exceptional] : 보통의, 특별한
네오 폴리매스는 특별한 사람인가. 과거에는 그랬다.
다 빈치가 특별했던 이유는 재능만이 아니다. 그 시대에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책이 귀했고, 스승이 귀했고, 시간이 귀했다. 폴리매스는 조건이 허락한 소수의 이름이었다.
지금 그 조건은 사라졌다. 배우는 비용이 거의 없고, 도구가 손에 있고, AI가 진입 장벽을 계속 낮춘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일은 예외가 아니라 이미 대부분이 하고 있는 일이다.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그런 사람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는데 이제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링크드인이라는 창이 생겨서 각자의 여러 갈래가 한 화면에 드러났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나는 둘 다 작용했다고 본다. 조건이 바뀌어 실제로 늘었고, 동시에 그것이 보이는 창도 생겼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이 사람들에게 붙일 이름이 없다.
내가 만난 서른여섯 분은 대단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아니었다. 회사에 다니거나, 작은 사업을 하거나,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다. 보통의, 특별한 사람들이다. 특별함은 희귀함에서 오지 않는다. 자기가 걸어온 여러 갈래를 하나로 엮어낸 데서 온다.
1년간 이 작업은 전부 내 손으로 했다. 섭외하고, 질문지를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고, 읽고, 분석하고, 이름을 붙였다. 한 사람에 몇 주가 걸렸다. 그래서 1년에 서른여섯 명이 한계였다.
이제 그 과정을 도구로 옮겼다.
Neo Polymath DNA는 10개의 질문으로 흩어진 경력·관심·강점을 분석해 나만의 정체성 리포트(8기둥·아키타입)를 만들어주는 AI 진단이다.
같은 열 개의 질문에 답하면 그 자리에서 리포트가 나온다. 여덟 개의 기둥과, 일곱 유형 중 지금의 나를 정의하는 하나. 종착점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다. 다시 하면 달라지고, 그 차이가 오히려 기록이 된다.
FAQ
네오 폴리매스는 다재다능한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요?
통합 여부가 다릅니다. 여러 분야를 아는 것은 나열이고, 그것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엮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통합입니다. 네오 폴리매스는 후자를 가리킵니다.
여덟 개의 기둥은 어디서 나왔나요?
런던 앱슬리 비즈니스 스쿨의 폴리매시 MBA 프로그램 디렉터인 Dr. Florian Odi Stummer가 쉰세 명 인터뷰를 질적 분석해 정초한 Eight-Pillar 모델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진행한 서른여섯 명의 심층 인터뷰가 실증으로 붙었습니다.
일곱 개의 유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서른여섯 명을 심층 인터뷰한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미리 정한 분류에 사람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실제 관찰된 패턴을 묶은 결과입니다.
Neo Polymath DNA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10개의 열린 질문에 자유롭게 답하면 됩니다. 30~40분 정도 걸리고, 답변을 분석해 여덟 개 기둥의 프로필과 일곱 유형 중 하나를 리포트로 돌려드립니다. 현재는 초대제로 운영합니다.
Epilogue
새로운 도구는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박충효 님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눈과 머리로 앱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박주현 님이 첫 모니터링을 맡아 주셔서 완성도가 올라갔습니다. 처음 써보는 사람의 눈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도구는 AI Collective Seoul 커뮤니티의 정신적 도움으로 나온 첫 결과물입니다. 이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들이 인터뷰이로도, 조언자로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진단은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여덟 개의 기둥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음 1년은 여기에 쓰겠습니다.
기둥마다 무엇을 하면 자라는지 프로그램으로 만듭니다. 초학제적 통합을 키우는 방법과 네트워크 자율성을 키우는 방법은 다릅니다. 진단이 자기 위치를 알려주면, 그다음은 거기서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름을 받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듭니다. 이름은 혼자 확인하는 것보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선명해집니다. 서른여섯 분을 각각 만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이분들이 서로를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이미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겠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름이 없어서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일입니다.
이건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떠오르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진단을 해보시고 맞는지 안 맞는지 말씀해 주세요.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해주시는 것이 지금 훨씬 필요합니다. 함께할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Neo Polymath DNA는 지금 소수의 분들과 먼저 돌려보는 단계라 초대제로 운영합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시면 순서가 열리는 대로 초대를 보내겠습니다.
지난 1년,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려주신 서른여섯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개념은 그분들에게서 나왔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탐험을 하고 있나요.
더 깊이 읽기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매니페스토는 [네오 폴리매스, AI 시대의 탐험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서른여섯 분의 인터뷰와 역사 인물 여섯 편은 네오 폴리매스 아카이브에 한 편씩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곱 살의 다산이 본 것을 그의 생애 전체로 확장한 기록은 [네오 폴리매스 인물편 — 정약용]에 있습니다.
세종의 통섭이 왜 백성을 기준으로 삼았는지는 [세종대왕 편]에서 다뤘습니다.
일곱 개 유형과 진단은 Neo Polymath DNA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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