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만년필 세종, 시스템을 만드는 브랜드 김어준
🌬️ 바람 BARAM | Vol.2025.11.25
브랜드 경험, 새로운 바람이 분다
📊 Movement Brand의 탄생
김어준 만년필 프로젝트: 시스템을 흔드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안녕하세요, 오주석입니다.
만년필을 주문합니다. 배송일은 미정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받아본 사람들 중 일부는 개선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시 다음 제품을 예약합니다. 더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30만원대에 구매한 미개봉 제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00만원에 거래됩니다.
2025년 11월 현재, 주문량이 많아지면 2027년까지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팝업창이 떴습니다.
오늘은 김어준의 만년필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흔들고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브랜드 경험을 분석합니다.
🔍 이번 주 포커스
K-만년필,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
2024년 글로벌 만년필 시장 규모는 약 10억25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별로 추정치가 다르다. Verified Market Research는 9억 5,600만 달러, Cognitive Market Research는 25억 달러로 집계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2.55.2% 성장해 34억~7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프리미엄 만년필 수요는 꾸준하다. 2024년 전 세계에서 1,500만 개 이상의 만년필이 판매됐다. 한정판이 전체 시장의 21%, 개인 맞춤형이 29%를 차지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이 19%의 성장세를 보인다.
몽블랑은 2023년 헤리티지 컬렉션을 확장하며 컬렉터 판매를 14% 늘렸다. 파일럿은 2024년 재활용 플라스틱 시리즈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17% 시장점유율 증가를 기록했다. 라미는 2023년 모듈형 촉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라인의 74%에서 호환성을 확보했다.
유럽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고급 만년필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한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중심이다. 일본 브랜드들은 정밀 가공 촉과 수작업 마감으로 아시아와 북미 수출을 주도한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자국 만년필이 있다. 한국에는 없다. K-pop, K-드라마, K-뷰티의 나라에 K-만년필은 없었다.
베개, 첫 번째 시도
2024년, 겸손은힘들다(겸손몰)에서 '베개'가 출시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K-만년필이다. 기획자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다.
만년필을 한 번도 디자인해보지 않은 산업디자이너와 만년필을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소재공학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박종진 만년필연구소 소장이 감수했다.
디자인 모티브는 신안 보물선에서 나온 고려청자 베개다. 1976년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14세기 원나라 무역선. 2만점 넘는 도자기 사이에 고려청자 7점이 있었다. 그중 청자 상감 모란 구름 학무늬 베개.
전통매듭을 형상화한 촉, 고려청자 문양을 재해석한 그립, 비녀의 유려한 라인에서 영감을 얻은 배럴. 그립은 스테인레스 스틸 316L, 배럴은 ABS 열가소성 수지다. 3D 프린팅으로 출력해 국내에서 조립한다. 촉과 컨버터는 독일 SCHMIDT가 공급한다.
특징은 명확하다. 클립을 제거했다. 직선문자 한글에 맞춰 무게 중심의 50%를 그립에 배치했다. 고유번호가 각인된다. 박종진 소장이 모든 촉을 직접 터치한다.
18K 금촉 블랙 모델과 스틸촉 화이트 모델. 출시와 동시에 매진됐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다. 배송일 미정.
지난 초여름 나는 이 블랙 베개를 받아들고 기뻐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한정판이라 이제는 더 구할 수 없다.
최근 베개 18K 금촉 미개봉 제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장한다. 당초 판매가는 30만원대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세종, 개선된 두 번째 프로젝트
2025년 11월, '세종'이 출시됐다. 한글을 창제한 조선의 왕 이름이다. 커뮤니티에서는 베개를 보완한 모델로 받아들여진다.
배럴은 알루미늄으로 바뀌었다. 그립은 여전히 스테인레스다. 피스톤 필러 방식을 채택했다. 세종대왕의 곤룡포 '오조룡문'을 금속 위에 새겼다.
4가지 색상이다. 맑은 순은, 황금 연두, 달빛 초록, 검은 진주. 그립부에는 오늘날 사라진 한글 원형을 새겼다. 펜레스트에는 세종 한글 창제 당시 28개의 글자를 새겼다.
대량생산이 아니다. 정밀 절삭, 배럴 레이저 가공, 그립 레이저 가공, 연마는 수작업이다. 주요 부품은 독일 슈미트사가 공급한다.
가격은 10만원대다. 스테인레스촉 기준이다. 금촉 모델은 금 가격 변동성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11월 11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독특한 방식이다. 예약을 받는다. 기본 대기 시간은 5-6개월이다. 주문량이 많아지면 2027년까지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팝업창이 판매 당일에 떴다.
요청이 이어지자 판매 기간을 한 주 더 연장했다. 11월 28일까지다.
기대가 된 피드백
커뮤니티에 베개 사용 후기가 올라왔다. 대부분은 만족스러운 평가였지만, 일부 개선 요청도 있었다.
잉크가 마르는 현상, 촉의 굵기 조절 필요성 등이 언급됐다. "이번엔 품질관리 잘했으면"이라는 댓글이 있다. 동시에 "스틸촉도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애정으로 넘어간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불만이 아니라 기대다. 첫 시도의 부족함을 다음 제품에서 개선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종이 출시됐다. 뚜껑을 돌려서 잠그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잉크 마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커뮤니티에서는 "세종은 베개를 충분히 보완해서 나온 모델"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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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발행-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 | The BARAM Framework
🎯 BARAM 프레임워크 분석
🎨 Brand: 시스템을 흔드는 브랜드
김어준은 기존 미디어 시스템을 흔들어왔다. 1998년 딴지일보부터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까지. 만년필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이다.
제조업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출발한 커머스다. 수익 극대화가 우선 목표는 아니다. "우리 수준의 문화와 경제에 걸맞은 우리 만년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베개, 베개집, 펜레스트, 잉크, 종이, 세종까지 만년필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한다. 각 제품은 고려청자, 한글, 세종대왕과 연결된다. 단순한 제품 라인 확장이 아니다. K-만년필이라는 문화 프로젝트다.
예상치 못한 현상이 발생한다. 베개 18K 금촉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30만원에서 200만원에 거래된다. 기다림이 희소성을 만들고 희소성이 프리미엄을 창출한다. 이것은 설계할 수 없는 브랜드 파워다.
👥 Audience: 두 유형의 고객
김어준의 '뉴스공장' 청취자들이다. 단순한 팬덤이 아니다. 독립 미디어를 지키려는 전략적 소비자들이다.
그들의 일부는 만년필의 품질을 평가할 줄 안다. 몽블랑, 파커, 라미를 써본 사람들이다. 베개의 피드백을 정확히 제시한다. 그럼에도 세종을 예약한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반면 만년필 프로젝트를 통해 필기구의 세계에 입문하는 새로운 고객들도 있다. 이들은 더 나아지려는 김어준의 문화 프로젝트의 열렬한 응원단이다. 동시에 그가 추구하는 정치적 지향점에 공감한다.
배송일이 미정인 것을 안다. 그럼에도 예약한다. 개선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다시 예약한다. 주문량에 따라 2027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예약한다.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 Relationship: 3단계 관계의 완성
정체성(Identity) 관계. 김어준과의 공감. K-만년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문화적 자긍심의 회복이다.
이해(Interest) 관계. 만년필을 통한 공통의 관심. 필기구 애호가와 새로운 입문자가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만난다.
참여(Participation) 관계.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공동의 창조자들. 커뮤니티에서 개선점을 제안하고 다음 제품을 기대한다. 베개의 피드백이 세종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역동성이 만들어진다.
⚖️ Alignment: 다른 길, 같은 방향
김어준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시사 정치 평론가에서 문화 프로젝트 기획자로 진화한다. 만년필은 그 선언의 구체적 실천이다.
"만년필을 모르는 만년필 팀"을 만든 것은 겁먹지 않겠다는 의지다. 100년 역사의 선두주자를 모방하지 않고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것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오디언스. 더 좋은 만년필을 원하는 오디언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오디언스. 세 가지 방향은 달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제품이 적절한 가격에 제공되는 세상.
⚡ Momentum: 세종이 끝이 아니다
이미 김어준은 다음 프로젝트 '이순신'을 준비 중이다.
제품이 출시되는 것, 예약 판매가 종결된 것은, 배송만 남은 즐거운 기다림이다. '세종'이 배송되기도 전에 '붉은 곤룡포를 두른 금촉 세종'과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이순신 프로젝트'가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고객은 늘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마케팅, 브랜딩 전문가는 없다. 고객은 감성적이며 그 감성적 기반하에서 판단한다. 이러한 이유로 브랜드는 고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브랜드는 고객이 꿈꾸는 너머로 안내할 수 있다. 비로소 그 지점에서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 실무 적용 포인트
Movement Brand의 조건
Movement Brand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공유된 가치. 고객이 동의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K-만년필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니다. 문화적 자긍심이다.
둘째, 참여 구조. 고객이 피드백을 주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 판매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베개의 피드백이 세종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셋째, 진정성.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종의 뚜껑 개선은 그 증거다.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세스 고딘은 『전략 수업』에서 묻는다.
"시스템을 만들거나 이용하거나.
당신의 브랜드는 어떻게 시스템을 활용하는가?"
대부분의 브랜드는 기존 시스템을 이용한다. 유통 시스템, 마케팅 플랫폼, 판매 채널. 시스템 안에서 경쟁한다. 더 나은 제품, 더 낮은 가격, 더 많은 광고.
김어준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디어에서 출발해 커머스로 생존한다. 제품을 팔지만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 배송일은 미정이다. 개선점이 있지만 믿는 고객이 재구매한다. 2027년까지 기다릴 수 있다. 30만원짜리가 200만원이 된다.
기존 제조업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 유통 채널이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어준은 자신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디어-신뢰-커뮤니티-문화-제품이 연결된 새로운 구조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기다림이 가치가 된다. 희소성이 프리미엄을 만든다. 첫 시도의 부족함이 다음 제품의 기대가 된다. 판매 기간 연장이 긍정적 신호가 된다.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
- 우리 브랜드가 흔들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가
- 고객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는 명확한가
-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하는 구조가 있는가
- 고객 피드백이 실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 Movement가 될 수 있는 집단적 목표가 있는가
당신의 브랜드는 기존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가.
김어준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당신의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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